포퓰리즘, 독인가 보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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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은 인민, 대중, 민중 등의 뜻을 가진 라틴어 포퓰루스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캠브리지 사전에는 보통 사람들의 요구와 바람을 대변하려는 정치사상과 활동이라고 풀이돼 있습니다.

얼핏 사전적 정의만 들어보면 대중의 뜻을 따른다는 말로, 전혀 나쁜 의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포퓰리즘이라는 말은 오늘날 부정적인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정책을 수립할 때, 현실성이나 가치 판단, 옳고 그름 등을 외면하고 일반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해서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치 행태로 쓰입니다. 민주주의는 인기 영합주의인 포퓰리즘의 그늘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정치인은 심지어 국가 경제에 해가 되지만 득표에 도움이 되면 정책을 실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정치인은 국민이 크게 보입니다. 여기에 더해 국가의 장래도 더 크게 보이면 그는 위대한 리더가 됩니다.

국민의 표를 얻어 당선되고, 국민의 지지를 밑거름 삼아 나라를 끌고 가야 하는 민주사회의 지도자에게 포퓰리즘은 어느 정도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사회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습니다. 문제는 과유불급이요, 적정선을 넘으면 결국 대중은 큰 손해를 본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포퓰리즘은 공리주의자 벤담이 말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끌어내야 합니다. 포퓰리즘의 반대편에는 제도화, 법제화, 구조화 등이 있습니다. 이러기 위해선 지도자의 통찰력, 국민을 설득할 용기, 그리고 결단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지도자는 음식을 요리하듯 그 속의 독성을 제거하는 분별력이 절실합니다.

민주사회에서 지도자가 일을 안해서 망한 경우는 드뭅니다. 대부분이 일을 해서 망합니다. 오로지 포퓰리즘에 빠져 인기 영합주의로 열심히 일하는 지도자가 가장 최악입니다. 국민의 지지를 받은 공약은 책임자면 현실적 재검토로 진정한 국익을 세워나가야 합니다. 문제는 대중영합주의적으로 밀고 나가면 붕괴는 순식간에 일어날 것입니다. 이게 심각한 것은 건물이 무너질 때처럼 국가도 조짐이 보이면 순식간에 무너집니다.

대중영합주의가 나라를 파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히틀러는 다수 독일 시민의 지지로 합법적으로 집권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3제국의 욱일승천은 당시 독일 대중의 열렬한 환호 속에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온 유럽과 독일을 패망의 길로 몰고가는 것은 불과 5년 안에 일어난 겁니다.

미국의 경제 저널리스트인 헨리 해즐릿은 정책적 오류 중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정부의 시장 개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의도가 선하면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하는 무지가 시장 개입을 부른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정부가 허둥대며 당혹스러워는 모습은 그냥 아무것도 안 해야 시장경제가 살아난다는 겁니다. 포퓰리즘적 민주주의가 중우정치로 이어져 나라를 망친 고전적 사례가 있습니다.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겨룬 펠로폰네소스 전쟁(BC 431~404) 때입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실질적 승부처는 아르기누사이 해전에서 비롯된 장군들의 재판이었습니다. 이 해전에서 아테네는 스파르타에 승리했지만 침몰한 아테네 전함의 부유물에 승무원 1000여 명이 아직 매달려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폭풍우가 다가오는 데다 스파르타군 추격에 바빴던 8명의 아테네 장군들은 구조 작업에 나설 수 없었습니다. 승전보에 환호하며 장군들을 기리는 법안을 민회에서 결의했던 아테네 시민들은 구조 지연에 분노하며 장군들을 재판에 회부합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반전이었습니다. 군중의 표변에 반대한 사람은 소크라테스가 유일했습니다.

그리하여 아테네 장군 2명이 망명하고 6명은 처형됩니다. 정확한 사정을 장군들의 처형 직후 알게 된 아테네 시민들이 뒤늦게 후회했지만 엎질러진 물이었습니다. 변덕스러운 민심이 숙련된 해군 지휘부 전체를 제거한 것입니다. 1년 후 아이고스포타미 해전에서 아테네 해군은 전멸했습니다. 해양 제국 아테네의 멸망을 재촉한 것은 적군이 아니라 포퓰리즘이었다고 지적하는 이유입니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기 심포지엄에 참석한 서울대 교수들은 세월호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못한 것은 이 문제가 정치화됐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여러 정치 세력이 세월호 참사를 정치 쟁점화하는 식으로 이용하면서 정작 참사의 원인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합리적 대안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겁니다.

정치적으로 경찰청을 해산했고 정치적 수사를 하니 가장 정치적 이슈가 되어 더 큰 엄청난 손실을 부른 것이란 지적입니다.

교육이 정치화 될 때 그 정체성 혼란은 상상 이상입니다.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그간 꾸준히 제기된 교육계 핵심 이슈입니다. 교육감의 정치 이념에 따라 교육정책이 지역마다 다르고, 중앙정부와 엇박자를 일으키는 등 수요자를 정책 혼선의 피해자로 만드는 고질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정권은 유한하나 정치는 영원합니다. 정권의 입맛 따른 정치화는 또다른 정치화를 불러 결국은 민중의 실패로 귀결됩니다.

유엔에 따르면 2017년 베네수엘라 인구의 5.1%164만 명이 브라질,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등으로 떠났습니다. 올해는 7월 말까지 400만 명 이상이 고국을 등지고 떠났습니다.

세계 최대 석유 매장국이었던 베네수엘라가 주변국에 난민을 내보내 눈총을 받는 남미의 애물단지로 전락했습니다. 정부의 비효율적인 국가 경영과 빗나간 포퓰리즘 정책 등으로 나라 곳간이 거덜 나고 살인적인 물가는 국민들을 경제 난민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2013년 말부터 시작된 하이퍼()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에 허덕이며 파탄 났습니다.

베네수엘라 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간 물가상승률은 13779%에 이르렀습니다. 지난주에는 불과 1주일 만에 물가가 무려 32000% 상승했습니다. 현금을 한 상자 들고 가야 고작 두부 한 모를 살 수 있습니다.

3년 연속 두 자릿수 마이너스 성장률에 제조업 기반이 붕괴됐고 식량과 생필품 품귀 현상도 심각합니다. 베네수엘라 주요 3개 대학의 조사 결과 베네수엘라인들의 몸무게도 식량난으로 지난해 평균 11kg이나 줄었습니다. 경제가 엉망이 되자 다국적 기업들도 줄줄이 철수하고 있습니다. 미국 식품기업 켈로그는 원자재난과 정부의 가격 통제에 시달리다 5월에 영업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드문 베네수엘라 경제의 추락은 2014년 국제유가 폭락과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시기에 만들어진 포퓰리즘 정책이 기폭제가 됐습니다.

베네수엘라 경제에서 석유의 비중은 막대합니다. 21세기 사회주의를 주창하며 2013년 사망할 때까지 14년간 장기 집권한 차베스는 고유가에 힘입은 오일머니로 각종 선심 정책을 남발했습니다. 그런 베네수엘라에 장기 저유가 추세는 직격탄이 됐습니다.

후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차베스보다 더한 포퓰리즘 정책을 폈습니다. 나라 곳간이 비면 국채를 남발하고 화폐를 더 찍어냈습니다. 이로 인해 물가가 오르면 시장 가격을 억눌렀고 결국 기업들은 공장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마두로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부정선거 의혹 속에 재선에 성공하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금융제재를 강화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됐습니다.

우민정치의 민낯이 보여집니다.

두려운 결과가 우리땅과 오버랩 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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